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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ruction 1-4
, UV print with magnifier and scent, 39 x 53 cm each, 2025


Instruction 1–4는 전시 공간에서 흔히 부차적으로 여겨지는 지시문과 안내문을 감상의 중심 요소로 삼는다. 관객은 이 안내 사인들을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행위를 수행하게 되며, 이 과정을 통해 관람을 구성하는 제도적 조건들—행위, 시선, 위치—이 가시화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다양한 지시문과 안내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우리의 감각과 행위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통제 장치로 작동한다. 이 작업은 그러한 ‘지시’의 언어와 형식을 예술적 대상으로 전환함으로써, 관객의 시선과 행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제한되는지를 드러낸다.


Trick, photographic print, 45.5 x 46 cm, 2025

Trick은 작가가 우연히 포착한 일상적인 오브제를 활용한 의도된 시각적 착시를 통해, 시각에 대한 믿음과 관점의 상대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착시라는 장치는 시각이 단순한 감각을 넘어 인식으로 전이되는 지점에서 작동하며, ‘본다’는 행위와 ‘이해한다’는 행위 사이의 간극과 그 접점을 매개한다.


Typo, photographic print, 60.5 x 61 cm, 2025

이 이미지는 작가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촬영한 한 작업 설명문으로, 한 단어가 의도된 것인지 오류인지 모호하게 제시된다. 관객은 이 불확실성을 직접 읽고 해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동적 감상을 넘어 능동적인 해석 행위가 요구된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텍스트의 의미를 구성하는과정 자체가 감상의 일부가 된다.

Proposition 65, UV print, 60.5 x 61 cm, 2025

Proposition 65는 암이나 기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해 경고 문구를 의무화하는 1986년 제정된 캘리포니아 법이다. 2025년 기준900여 개 물질이 목록에 포함되며, 제품 사용은 금지되지 않지만 절반 가까운 제품에 경고가 붙는다. 카드뮴과 납이 검출된 초콜릿은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고, 커피의 경우 경고 의무 논란 끝에 2025년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품과 생활용품, 장난감, 자동차 부품 등 수많은제품이 경고 대상이며, 이러한 경고는 위험을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위험을 일상화하고 무감각하게 만든다. 경고는 위험을 제거하지 않고, 경고했다는 사실 자체를 통해 책임을 전가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한다.


Error (by Upspring Creative), digital print, 180 x 180 cm, 2025

HTTP 404 Not Found는 단순한 오류가 아닌,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임을 알리는 통제된 부재의 신호다. 이는 시스템의 숨겨진 구조를 잠시 드러냈다가다시 감추는 장치로, 실패마저 관리하는 현대 디지털 권력의 훈육 방식을 보여준다. Error는 기술적 오류를 가시적 시각 기호로 전환시킨 디지털 신호를물리적으로 시각화한 현장을 디지털 사진으로 포착하고 인쇄한 것으로, 몇 차례의 매체적 전환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의도된 오류의층위를 탐구한다.


Stay Still, interactive installation with screen, light, and QR code, dimensions variable, 2025

Stay Still은 관객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해 영상이 해체되는 설치 작업으로,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이미지 이면의 디지털 구조를 드러낸다. RGB 색채 체계의 분해를 통해, 시각적 환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탐구하며, 관객이 움직일수록 매체의 기술적 특성이 드러나고, 정지할수록 환영이복원된다. 이러한 RGB의 분해와 교란은 일상 속 신호등과 같은 시각 기호 체계와 중첩되며, 이러한 매체와 도구에 어떻게 우리의 시각 체계가 반영되고있는지를 드러낸다. 작업과 함께 제시되는 QR코드를 통해 관객들이 활성화시키는 영상 속 상징화된 신호등의 요소들은 작업과 상호작용하며 관객의 경험을 구성한다. 이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의 물리성, 감각적 착시, 그리고 관람 행위에 내재된 통제와 자율성 사이의 긴장을 실험적으로 시각화하며, 시선과 권력, 순응과 파괴의 경계에서 매체와 신체가 상호 작동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Keep Moving, interactive installation with video, wind, tablet, turbine ventilator, and scent, dimensions variable, 2025

Keep MovingProposition, Instruction, Institution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상 작업이다. 이 작업은 관객이 영상 앞에 멈춰 설 경우, 영상 대신 관객 자신의 모습이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며, 시선의 방향과 행위의 주체가 전환되는 경험을 유도한다. 반대로 관객이 움직일수록, 영상은 점차 선명해지고, 화면 속 텍스트 또한 또렷하게 드러난다.
영상은 Proposition 65, Error 404 등 사회 제도가 위험과 오류를 어떻게 시각화하면서 동시에 비가시화하는지를 다루며, 이러한 방식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일상을 통제하는 기제로 작동함을 드러낸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보이고 감춰지는 구조는,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관람 행위 자체를 통제의 장치로 전환한다.예술이 자율성과 주체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지만, 이 작업은 예술 역시 제도적 조건과 감각의 규율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다. 관객의 몸과 시선, 움직임은 제도의 틀 안에서 끊임없이 조율되고 규정되는 행위로 재정의된다.


(Not Realized) Art for Birds and Bugs, ceramics, fruits, scent, and sugar, dimensions variable, 2025

(Not Realized) Art for Birds and Bugs는 전시 제목 《Please Do Not Toss Coins into the Artwork》에서 출발한다. 이 문구는 작가가 과거 한 전시에서 마주한 안내문에서 비롯되었으며, 의도와 무관하게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흔히 소망을 비는 상징적 몸짓—를 예술로 소환한다.
이 지시는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 믿음, 바람과 결합해 작동해왔고, 그런 점에서 통제를 받는 행위로서의 예술 감상은 또 다른 층위의 질문을 제기한다.
작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묻는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으로 감각되는가? 인간의 인식으로 이해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각과 형태의 질서가, 어쩌면 예술로 정의되고 분류되는, 과거의 인류가 어떤 일련의 행위들을 시작했던 감각적 충동과 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탐색의 일환으로, 작가는 새와 벌레를 위한 작업을 기획했으나 전시장의 물리적 조건과 제약으로 인해 프로토타입으로 진행된다.